신기술이 너무 빨리 등장했을때 나타나는 부작용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의 사례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
미국 자동차 산업은 컨베이어벨트 대량생산 방식의 도입과 함께 생겨나 1890년대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1895년에 처음 설립된 Duryea 사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는 1900개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생겨나 경쟁했다. 이들이 생산하는 자동차 품종만 3000종이 넘었다.
작은 시장
이렇게 많은 제조업체들이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단 3개만 남았는데 (포드, 크라이슬러, GM),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1900개의 각기 다른 회사가 만들어내는 자동차를 소비할만큼 큰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일반 사람들은 주로 물건을 옮기는 용도로 마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자동차에도 같은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자동차는 아직 엔진 기술이 미성숙해 대량 운반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산업용도로 큰 가치가 없었고 ‘귀족’들만이 마차를 대신해 타고 다니는 용도에 불과했다. 당시 자동차 가격이 워낙에 비쌌기 때문에 서민들이 이용하지 못한 영향도 크다. 1897년에는 전기차가 나왔으나, 당시 전기 충전은 석유 가격보다 부담스러웠고, 충전 시간도 너무 오래 걸렸다. 따라서 100년 전 전기차는 더 대중화되기 힘든 상황이었다.
부족한 인프라
많은 자동차가 다닐만한 도로도 주유소도 존재하지 않았다. 즉, 충분한 시장과 인프라가 없었던 것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도로는 포장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가 다니기 어려웠다. 말이 끄는 마차가 여전히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다니는데는 훨씬 더 용이했으며 도시간 장거리 이동엔 철도나 수로가 편했다. 운전중 기름이 떨어지면 들를 수 있는 주유소는 1905년 세인트루이스에 처음 지어졌다. 그 후로 15년이 지난 192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전국에 1만5000개의 주유소가 설치됐다. 그동안 자동차 운행이 얼마나 불편했을지 상상이 간다.
너무 빠른 것도 독이다
1800년대 후반, 말이나 당나귀가 끌지 않아도 저절로 가는 마차의 등장은 분명 엄청난 혁신이었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에 나섰지만 아직 기술이 대중화 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결국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1900개의 기업들은 점차 사라져 1930년대 대공황 이후에는 단 8개만 남았고 1960년대에는 지금의 ‘빅 쓰리’ 체제가 공고해졌다. “너무 빠른것도 독이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 역사의 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