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펫츠닷컴은 회사 이름 그대로 ‘애완동물을 위한 모든 것'을 파는 서비스였다. 이들이 보기에 기존 애견용품 회사들은 확고한 브랜드 없이 오프라인 매장에만 의존하는 구시대적 유물이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온라인 회사를 표방한 것이다. 펫츠닷컴의 비전에 홀려 돈을 집어넣은 곳은 한둘이 아니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도 펫츠닷컴에 투자했을 정도니 말이다.
화려한 외형
펫츠닷컴은 전형적인 ‘속 빈 강정 형’ 기업이었다. 원가의 40%에서 70% 가격으로 물건을 팔아 매출이 오를수록 손실이 쌓였다. 그러면서 광고에는 쓸데없이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다. 2000년 1월에는 비싸기로 유명한 슈퍼볼 황금시간대에 티비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이유로 유명 광고회사에 큰 돈을 주고 양말 인형 (Sock Puppet)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도 했다. 이 양말 인형은 한때 거의 연예인급 인기를 구가했다.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에 등장했고, 피플(People)지와도 인터뷰를 했으니 말이다.
실패요인
이렇게 양말 인형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양말 인형의 인기가 펫츠닷컴의 매출증가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2000년이 시작될 즈음 펫츠닷컴의 월간 방문객은 백만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아직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더러 결제나 배송 인프라도 잘 갖추어지지 않아 오히려 오프라인 쇼핑보다 불편했다. 충분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규모있는 시장, 그리고 안정적인 서비스 확장이 가능한 잘 갖춰진 인프라가 없었던 것이다.
나스닥 상장과 파산 신청
2000년 2월 펫츠닷컴은 기업공개를 통해 나스닥에 상장하였고 무려 990억 원을 조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9개월 뒤인 2000년 11월, 펫츠닷컴은 파산을 신청하고 말았다. 창업 후 겨우 2년만에 아마존의 투자를 유치하고 나스닥에까지 상장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닷컴 벤처기업의 신화'는 세상에 등장할 때처럼 빠르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